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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복지관풍경

어르신 평생학습 - 한글 교실 샛별반 이야기

by 부안실버복지관 2021. 5. 4.

 

꽃이 피고 새싹이 푸르른 5월, 푸른 새싹이 올라오듯 어르신들의 한글에 대한 열망도 함께 자라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이 되기도 전에 항상 북적북적 소란스러운 한글반은 ㄱ,ㄴ, ㄷ을 어떻게 쓰는지, 자음, 모음이 뭔지 아직 모르는 어르신부터 글씨는 조금 쓸 수 있지만 받침이 많은 글자는 어렵다는 어르신까지, 아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합니다.

 

표지 한가운데 크게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써 놓은 공책과 한글공부를 시작하자마자 설레이는 마음으로 사 놓은 연필과 필통까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에 빼곡히 적기도 하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잘 썼는지 살펴봐주기도 하며 수업시간동안 사각사각 노트에 연필로 힘주어 글씨를 쓰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오늘 수업에서는 한글교실에 참여하여 글씨를 잘 쓰게 된 다른 노인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글을 왜 배우려고 하는지, 한글을 배우고 난 후 내 모습이 어떨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큐 속 한 어르신은 어릴 적, 갖은 고생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글을 몰라 가족에게 편지한통 보낼 수 없었고 그게 한이 되서 한글을 배우게 되었노라 하였습니다. 슬픈 사연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눈물 짓기도 하고 '맞아, 맞아, 저땐 그랬어' 하며 공감하기도 하십니다. 

 

다큐를 다 보고 난 후 어르신들께 왜 한글을 배우고 싶으시냐고 여쭤보았습니다. 한 어르신은 "어릴 때 글을 모르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배움이 짧은게 한이 되었어.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운다는게 참 좋아. 저 영상 속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내 옛날 모습이 생각나서 계속 눈물이 나네"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그 옆에 어르신도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글을 배워본적이 없었어. 그저 까막눈으로 사는데 보건소 직원이 내 이름 석자를 알려주는데 그렇게 좋더라구.  그런데 복지관에서 글을 가르쳐준다니 무조건 나와서 배워야지 않겠어?" 하시며 매일 집에서 숙제삼아 써온 빼곡히 글씨를 써온 공책을 보여주십니다.  아프거나 비가 오더라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글을 배우러 오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누구보다 젊고 활기찬 열정이 넘쳐났습니다.

 

우리 한글 교실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선생님의 말에 하늘에 빛나는 샛별처럼 반짝반짝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어르신들은 한글교실 샛별반 학생들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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