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살 때는 이웃집으로 마실도 잘 갔는데 실버주택에 이사오니 그것도 잘 안되네.'
'문을 닫고 살아 옆집도 가려면 조심스러워.'
'복지관에서 매일 만나도 집에는 안가지. 서로 오라고도 안하고.'
어르신들에게 실버주택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예전 마을만큼 정이 넘치는 곳은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맛있는 먹을거리를 나누러, 특별한 볼일 없이 그냥 오며가며 드나들었던 형님 아우 집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들과 층별그룹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복지관이 아닌 어르신들 집에서 모이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우리집으로 오라고 먼저 말하는 어르신이 계시지 않아 몇몇 어르신에게 부탁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어 2월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3, 4층은 308호 최○○님 댁, 5, 6층은 윤○○님 댁, 7층은 경○○님 댁, 8, 9, 10층은 이○○님 댁, 마지막으로 남성 어르신들은 최○○님 댁에서 만났습니다. 주민활동가를 중심으로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과 만났습니다. 집주인 어르신들은 성의껏 마련한 음료수와 고구마를 내 놓으셨습니다. 3년을 넘게 같은 층에 살았어도 처음 와 본다는 어르신도, 많이 왔었다는 어르신도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 만나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였습니다.
'맛있는 거 만들어 먹으며 수다를 떨자.'
'집에서 부침개 부치면 냄새나서 싫다고 하니 그럼 다른집에서 만나서 해 먹자.'
'날씨 좋으면 매창공원으로 소풍도 가고 그게 힘들면 아파트 마당 모정에서 시원한 음료수 마시며 이야기 하자.'
'뜨개질로 수세미 만들어 나도 쓰고 다른 사람도 주자.'
어르신들마다 하고 싶은 것도 생각도 달라, 다음에 모여서 할 것만 정하고 그 다음은 그때 또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의견을 모으고 연락을 담당해 줄 어르신도 정했습니다. 만두 만들기, 빵 만들기, 넵킨아트 쟁반 만들기, 멋있는 찻집에서 차 마시기..... 층마다 하고싶은 활동이 다 다릅니다. 참여하지 않은 같은 층 어르신들에게 연락해 함께 하겠다 하십니다.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봉덕공공실버주택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2022년부터 시작한 '이웃관계안전망 만들기 사업'이 정착되어 주민활동가를 중심으로 '이웃이 이웃을 살피는 활동'이 활발한 곳입니다. 실버주택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층별그룹활동 '우리 집에 놀러 와!'를 통해 더 끈끈한 이웃관계로 행복과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문희 사회복지사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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