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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복지관풍경

'우리 집에 놀러 와!' #4 네번째 이야기

by 부안실버복지관 2024. 6. 11.

만날수록 정이 깊어 가는 공공실버주택 어르신들의 5월 층별 그룹활동 '우리 집에 놀러 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4층 식물에 둘러싸여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늦봄, 푸른 식물이 가득한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실버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젊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에서 살다 시댁으로 내려와 시부모님 모시며 고생한 이야기, 서울 청량리역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아이들 키운 이야기, 놀기를 좋아해 단체로 관광 다니며 관광버스 춤도 추고, 콜라텍에서 춤도 춘 이야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옛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를 조금 더 알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층별 그룹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어르신들도 어색함 없이 함께 하였습니다. 꽃과 나무에 둘러싸여 즐겁게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이웃 간의 정이 물씬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5~6층 시원한 호수를 보며 이루지 못한 꿈을 이야기 하다

 

 

고마제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서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자로 태어나 봉건적인 집안 분위기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한이 맺혔고, 그 시절로 돌아가면 우아하게 앉아 바느질로 다른 사람의 한복을 지어주는 종로 한복 상가에서 비단장사를 하고 싶다. 학교 다닐 때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가르치던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 17세 때 전주 미용 학원 원장집에서 식모살이하며 기술을 배워 미용하며 먹고살아 미용학원 원장이 되어 나처럼 돈 없는 사람 미용기술 배울 수 있도록 많이 가르쳐 주고 싶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지나며 힘들게 살아 다시 태어나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며 살고 싶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품은 꿈들을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남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펼칠 어르신들의 또 다른 꿈을 응원합니다.

 

7층 하나의 추억을 만들다 

 

 

풍경이 멋진 카페에서 젊은 시절 이야기와 다시 태어나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혼하여 살아온 세월이 너무 힘들어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 하고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 노래는 정말 못하지만 어려서부터 흥이 많고 노래를 너무 좋아해 가수로 태어나고 싶다. 다시 태어난다면 키도 크고 많이 배운 멋진 남자로 살고 싶다. 농사가 너무 힘들어 다시 태어나면 농사는 절대 안 지을 거다.'

 

카페 밖에서 사진을 찍고 하얀 돌로 공기놀이도 하며,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힘들었던 젊은 시절 이야기는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8~10층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억을 떠 올리다

 

 

정원카페를 들어서며 어르신들의 첫 마디는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곳도 와 본다' 였습니다. 까페를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 어르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힘들 때면 즐거운 일을 생각하면 잘 넘길 수 있고, 18세 때 점원으로 근무하던 곳에서 만난 첫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향인 광주는 바다가 없어 시집온 하서 대광마을에서 생합도 잡고 바다로 놀러 간 것이 생각난다. 꿈에 먼저 간 남편이 나타나면 좋은 일이 생기고, 재작년 나갔던 보치아 대회에 나가기 전 남편 꿈을 꾸어 상품도 탔다. 결혼 후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좋은 시절이 없는 것 같았어도, 단칸방에 아들 넷과 남편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할 것이다. 실버주택에서 살면서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이렇게 좋은 곳도 오고 즐겁게 지내고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어르신들의 마음에는 힘들 때 부적처럼 꺼내보는 좋은 기억들이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계속 행복하게 살다 죽을 수 있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함께 한 약속 잊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남성 어르신 이야기 모임

 

 

내변산 실상사에서 주지스님에게 실상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 초의선사가 창건한 절로 조선시대 효령대군에 의해 중창되었다 합니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불에 타 절터만 남았지만, 우리나라의 국보인 월인천강지곡이 출토된 부안의 자랑스러운 역사 유적지의 하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도 처음 가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스님의 설명을 통해 알지 못했던 숨은 유적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십니다.

 

앞으로 층별 그룹활동의 주제를 부안의 숨은 역사 찾기로 하면 좋겠다 하십니다. 6월부터 시작될 실버주택 남성 어르신들의 부안 역사 탐방에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같은 장소를 방문하여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여도 층마다 나누는 이야기도 다릅니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될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깊어짐을 느낍니다. 소중한 마음 나눔의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함을 어르신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최문희 사회복지사

2024. 06. 11.

 

* 실버주택 층별 그룹 활동은 2024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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